제목 :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작가 : 테라야마 슈지
출판 : 이마고(2005.09.03)
한국에서의 출판은 2005년이지만 저자의 사후 22년이므로 이 책은 벌써 30~40년 전에 쓰인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점호화주의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
'일점호화주의(一點豪華主義)' : 1960~1970년대에 활동하던 일본의 전위예술가 데라야마 슈지가 만들어 낸 말로, 정말 좋아하는 한 '점'에 대해서는 마음껏 사치하라는 뜻
최고의 사치를 부리는듯하지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리즘이나 나답게 살기와도 맞닿아 있다. [지속 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에서 신예희 작가는 "나는 뭐 하나를 먹어도 내가 직접 고르고 싶다."고 했다. 일점호화주의는 남들이 하는 대로 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것, 이것저것 옷장에 싼 옷 여러 개보다 비싼 옷 한 벌을 남기라는 미니멀리즘을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좀 더 과격하지만 어차피 다 가질 수 없는 세상 아닌가? 포기할 건 포기하고 내가 원하는 어떤 것에 몰빵해서 쾌락을 얻게 되는 것이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문제는 나는 그렇게까지 해서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도 나오는 마당에 나는 항상 적당히 일정 금액을 배분해서 사는 거북이 무리에서 살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이럴 때 우리는 일점호화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잠이야 담요 한 장으로 다리 밑에서 자도 상관없으니 일단은 원하는 스포츠카부터 사고 보자. 사흘 동안을 빵과 우유 한 병으로 때운 뒤, 나흘째는 레스토랑에 간다. 돈을 평범하게 사용할 때 얻게 마련인, 균형 잡힌 매너리즘과 가능성이라는 지평을 깨부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일점호화주의 밖에 없으리라.
월급을 양복이나 아파트, 식사 등에 일정하게 배분한다면 우리도 금방 '거북이' 무리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지 말고 자기 존재 중 쏟아부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학점을 골라 그곳에 경제력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아버지는 양복 파나 미식가, 스포츠광과 같은 젊은이들은 한심한 놈으로 여기겠지만, 사실 이렇게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것은 지극히 사상적인 행위이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일점호화주의론자였다.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비좁은 아파트에 살지만 식사만은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등심 스테이크 먹으며, 옷이라고는 지저분한 낡은 양복 한 벌밖에 없으면서 스포츠카는 로터스 엘란을 갖고 있다. 눈이나 입은 작지만 코만큼은 큼직하다. 그런 일점호화주의를 지향하지 않는 한 우리 시대에는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다.
저자인 데라야마 슈지는 20세기 일본 문화예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인물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굉장한 기린아로 추앙받는 사람이며, 동시에 그 비범하고 과격한 성향 때문에 논란이 되며 학부모나 교사들에겐 기피 대상이였던 인물이였다. 어떤 일본 평론가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자신들을 가르치면서 '너희들은 테라야마 슈지 같은 책 읽는 사람은 되지 말라고'라고 깠다며 회고했을 정도라고 한다.
[참고] https://namu.wiki/w/%ED%85%8C%EB%9D%BC%EC%95%BC%EB%A7%88%20%EC%8A%88%EC%A7%80
테라야마 슈지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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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고, 생각이 자유롭고,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섬뜩하리만한 상상력을 가진 천재였고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린 사람이라고 한다.
목차만 봐도 왜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기피 대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제1장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아버지, 제 생각은 다릅니다
청년이여, 큰 엉덩이를 품어라!
월광가면
황금다리의 영웅들
역사 따위는 믿지 않는다
제2장 당신도 야쿠자가 될 수 있다
뒷골목 신사 1 - 파친코
뒷골목 신사 2 - 터키탕
뒷골목 신사 3 - 호스티스
뒷골목 신사 4 - 스트리퍼
뒷골목 신사 5 - 샐러리맨
뒷골목 신사 6 - 총잡이
뒷골목 신사 7 - 장거리 트럭 운전사
제3장 도박의 세계
불운과 행운의 대결
지방경마장에서 만나자
경마의 메피스토
작지만 당당했던 스모선수
이름 바꾸기
도살장의 영웅
야구소년의 엘레지
공상으로 이어진 권투
덴노쇼 레이스가 있던 날
방랑하는 우표
3분 30초의 도박
말의 성생활 백서
애꾸눈 잭
도박의 힘
속도는 권력이다
제4장 불량소년 입문
불량소년 입문
플레이보이가 되지 않으려면 / 부레이보이를 향하여 / 돼지처럼 살아라
가출 입문
부모와 대화해서 뭘 어쩌자는 거지? / 자네도 평균적 인간으로 취급받고 싶은가? / ‘일점파괴주의’로 인간성 회복을
자살학 입문
자살용 기계를 만드는 법 / 유서를 잘 쓰는 방법 / 자살에는 동기가 필요하다 / 자살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자 / 자살 라이선스 / 동반자살의 미학 / 신사적인 자살론 / 후기
유행가형 인간 입문
유행가여, 분발하라 / 고독한 유행가형 방랑자
제5장 하이틴 시집 걸작선
백 행을 쓰고 싶다
내가 창녀가 되면
성전(性典)
절망의 계절
노부코(信子)
어머니를 버리며
동물시계
하느님이 내려오는 날
젊은 놈의 노래
보는 사내
나의 시적 자서전
그가 생전에 했다는 말도 재밌다.
인간은 불완전한 시체로 태어나, 평생에 걸쳐 완전한 시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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