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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by 즐거운샐리 2019. 6. 23.

저자 : 김언수

출판 : 문학동네

발매 : 2010.08.20

 

캐비닛, 뜨거운 피 때문에 김언수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의 글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왕이면 제일 최근 것으로 설계자들을 선택하였습니다.

7년의 밤을 읽을 때처럼 영화화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년에 허진호 감독이 만든다고 했다가 결국은 안 만든 것 같습니다.

잘 만들면 재미있을수 도 있겠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는 어딘가의 누아르 영화에서 많이 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쩌면 성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살짝 들긴 합니다.

영화 계획은 정확히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하니 한국 소설계에 대단한 성과인 것 같습니다.

 

우리 세계는 본인 의지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정신 차리지 않으면 미디어, 교육 등에 의해 지배층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게 되는 구조입니다.

분명 민주주의로 귀족계급은 없어졌고 겉으로 보기엔 평등한 사회로 포장되어 있으나 실상은 이전의 세상과 똑같은 패턴에 포장만 달라진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 소설의 설계자는 암살을 설계하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그런 설계자들에 대한 의문을 품은 글이다 보니 추리 소설인데 풍자적인 글들이 많습니다.

전혀 다른 세상인듯하지만 현실 세계에 대입을 해도 크게 이상할게 없습니다.

 

"우리는 더럽고 역겹지만 자신이 발 디딘 땅을 결국 떠나지 못한다. 돈도 없고 먹고 살 길도 없는 것이 그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우리가 이 역겨운 땅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그 역겨움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역겨움을 견디는 것이 저 황량한 세계에 홀로 던져지는 두려움을 견디는 것보다, 두려움의 크기만큼 넓고 깊게 번지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에서

'습관을 바꾸어라'

'똑같이 행동하고 살면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기대하지 마라'

류의 이야기를 하지만

사람들은 익숙하기 때문에 그 익숙함을 벗어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백신회사가 결국 만들어야 하는 건 최고의 백신이 아니라 최악의 바이러스인 것처럼 보안회사와 경호 회사가 절실히 필요한 것은 탁월한 보안 전문가가 아니라 최악의 테러리스트다. 그것이 자본주의다."

 

전산실에 근무하다 보면 타 부서에서 볼 때는 유지보수비만 많이 들어가고

하는 일도 없어 보입니다.

예산을 올리면 다른 고객부서나 기획부서에 우선순위는 항상 뒤처지게 됩니다.

그럴 때 우스개 소리로 저희끼리 말합니다.

서버가 다운 되봐야, 바이러스로 식겁해봐야 전산에 돈을 쓸 텐데...

바이러스가 퍼져서 타기업에 피해를 입고 나면 예산 승인이 그렇게 쉬울 수 없습니다.

그럴 때 웃으면서 했던 이야기가 저희만의 생각이 아니었나 봅니다. 

 

"일을 끝내고 마시는 저녁의 캔맥주가 시원함과 보상과 휴식의 느낌을 준다면

아침의 캔맥주에는 쓸쓸함과 몽롱함과 부적절함 그리고 깊은 밤을 지나와서도 끝내고 싶지 않은 무책임에 대한 욕망이 있다" 

 

이 책의 다른 어떤 시니컬한 대사보다 이 문구가 제일 좋았습니다.

저는 일을 마치고 먹는 한잔의 맥주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남들 일할 때 마시는 낮술도 사랑합니다.

저는 그냥 사랑합니다라는 수준의 어휘 정도만 구사할 수 있는데 반해

작가의 글은 너무 디테일하고 구체적이라 마음을 더 직접적으로 움직입니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무책임에 대한 욕망"

배 째라는 기분으로 맥주 한잔 하러 가야겠습니다.

 

설계자들
국내도서
저자 : 김언수
출판 : 문학동네 201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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