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타인은 놀이공원이다-두근두근, 다시 인터뷰를 위하여
저자 : 지승호
출판 : 싱긋(2019.10.01)
어떤 책을 볼까 검색을 하다 지승호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읽게 되었다.
우리나라 유일 무의한 인터뷰어라고 불렸던 그의 책을 정말 좋아했었다.
신해철, 김어준, 유시민, 박노자, 공지영, 김규항...
그 뒤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꾸준히 책을 내고 있었다.
작년에 이 책 말고 '아 신해철'이라는 책도 냈었네. 얼릉 읽어봐야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신해철... ㅠㅠ
그가 그립다.
이 책은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라고 했지만 타인을 놀이공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필요한 사회 이슈에 대해서 8명의 인터뷰를 묶은 질문집이다. 각자 다른 주제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묶어 놓았다.
놓쳐서는 안 되는 질문들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고 싸워야 한다 _김승섭
사회역학(차별과 사회적 고립과 고용 불안이 인간의 몸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가설을 탐구하는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 김승섭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소방공무원 인권 상황 실태 조사, 한국 성인 동성애자. 양성애자 건강 연구,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 조사 연구,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 천안함 생존자 연구 등을 수행해 왔다.
차별, 사회적 고립, 고용 불안 등 사회에서 소수자들이 겪는 문제를 연구하고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세상에 합리적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무엇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있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미투 피해자들의 인간의 존엄권보다는 대기업과 특정 정당을 위해 자극적이고 음해하는 글들을 내는 미디어 기자님들이 김승섭 교수처럼 사회적 약자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혐오에 대한 인터뷰 글
질문) "혐오는 아무리 우아하게 말해도 혐오다"라고 하셨는데요, 혐오 표현을 표현의 자유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답변) 미국 사회를 보면 온갖 언론의 자유가 다 있는 것 같지만 2017년 하버드에 입학한 학생들이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 채팅에서 온갖 혐오 발언들을 쏟아 냈어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나 유아 성추행에 관련된 것들, 그게 밝혀진 거예요. 전원 퇴학당했습니다. 그런 사회에요. ... 혐오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어요.
나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고 싶다 _김규리
지난 10년간 작품 이외의 일로 외롭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나와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다. 인터뷰도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고 싶은 김규리의 의견을 존중해서 였지 싶다. 검색해보니 광우병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털어 넣겠다는 소신 글을 올렸기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올라 꽃다운 30대를 일을 못했네. 이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 업체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김규리가 승소, 이후 2심 진행 중 원고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소송은 마무리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근거 없는 조롱들, 자극적인 기사들...
본인의 소신 발언을 할 수 있는 자유도 없는 나라, 제일 힘없는 여배우를 골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매장시켜버린 전여옥 등...
개인이 감당하기에 어려운 시련을 묵묵히 견뎌온 그녀를 응원한다.
TV든 영화든 빨리 얼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김대중처럼, 노무현같이, 강원국답게 _강원국
강원국 작가에 대해선 처음 알았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연설문을 쓰며 청와대에서 8년간 일하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분이었다.
강원국 작가는 어딘가에 매여 있는 사람으로 사는 기간보다 자기 혼자 있는 기간, 자기로서 자기답게 살아야 할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읽기, 듣기의 삶보다 말하기, 쓰기의 삶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책을 꼭 쓰라는 당부를 하였다.
아래는 왜 노무현 대통령이 말이 많은가에 대한 인터뷰 글
글을 읽다 보니 가슴이 찡해졌다.
질문)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어요. '내가 왜 말이 많은 줄 아는가, 항상 소수자였기 때문에 그렇다.' 소수자는 자신을 계속 어필해야 하고 항변해야 하죠. 그런데 대통령이라면 아무리 지지 기반이 한정되어 있다 해도 소수자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최고 권력자인 셈인데요.
답변) 김영삼 대통령 때까지는 말이 필요 없었어요.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는 말이 필요했습니다. 설득이 필요했고, 뭘 하려고 할 때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했기 때문에 말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더 심해졌어요. 더 많은 말을 해야 했죠. 그런 의미에서는 소수자죠. 김영상 대통령 때까지 언론이 알아서 포장해줬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었습니다.
경계에 있는 것이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_목수정
목수정 작가는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를 출간, 프랑스에서 우리가 배울 만한 점에 대한 책을 썼다.
질문) 프랑스 교육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이었나요?
답변) 애들이 남의 성적에 신경을 안 써요.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위주예요. 타인의 시선으로 자기를 규정하지 않아요. 그게 자유를 생산하더라고요. 가치관의 폭이 넓다는 걸 느끼죠. 그리고 유행이 없다는 것. 각자 자기 삶의 가치관에 중심이 있는 거죠. 정말 거지들도 연설을 해요
...
직장을 구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고, 여러분이 조금만 도와주면 오늘 식사를 하고
...
자기를 숙이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얘기해요.
...
그게 '존엄'입니다.
우리는 주눅들 만큼 겸손한게 미덕이라 여기는데, 프랑스 거지의 당당함에 거지인주제에 뭐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들의 당당한 존엄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아직도 변하지 않은 사회와 불화한다 _강용주
강용주 의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5월 27일 도청이 함락된 후 도망쳤다는 죄책감으로 운동권에 투신, 1985년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 사형을 구형 받았다가 1시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9년까지 14년을 복역했다고 한다. 스스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전향을 거부 세계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로 선정되었고, 고문 피해자 치유 모임 '진실의 힘'에 참여, 광주 트라우마센터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고 한다.
이런 분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고, 518, 천안함, 세월호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 고문 다안 사람들의 처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고문 가해자들이 처벌받은 경우는 거의 없는 것에 대해서 고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그래서 추후 무죄 판결이 나오면 해당 고문 수사관들을 처벌해야 다시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에게는 실전 담론이 필요하다 _이은의
이은의 변호사는 2005년 상사의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후 송사를 벌였고, 5년여 만에 승소, '삼성을 상대로 싸워 이긴 최초의 여성'이고,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 사회는 약자로서의 권리에는 무엇이 있고, 그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성희롱 예방교육의 경우 양방향 교육이 필요한데,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가해자의 시선이 담긴 교육이고, 피해자는 자책하지 말고 동시에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는 노력과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녀의 생각을 읽으면서 직장에서 들었던 성희롱 예방교육 생각이 났다. 은행이랑 엮어서 상품 설명을 들으면 공짜로 해주던 기업 면피 차원의 성희롱 예방 교육, 돈벌이 수단으로써 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의 질이 되길 바라본다.
아래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글
질문) 데이트 폭력도 폭력일 뿐이다. 특별한 상황처럼 포장돼서는 안 된다고 하셨죠.
답변) 길 가는 여자를 때렸으면 50만 원보다 더 나왔을걸요? 그런데 둘이 싸우다가 남자가 감정이 폭발해서 때렸나 본데 그럴 수도 있지. 여자가 양양거렸나 보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냥 폭력으로 취급하라는 겁니다.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을 붙이면 오히려 가볍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니까요. 폭력은 그저 폭력일 뿐이라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그 아이의 눈빛에 부끄럽게 살지 말자 _주성하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1998년 탈북하여 2002년에 남한에 입국했다고 한다.
북한은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사상과 의식에 현저한 차이가 있고, 경제력에도 엄청난 격차가 있는 상태에서 통일이 되는 것은 남북 모두에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유 왕래만 할 수 있어도 통일 못해서 겪는 불편의 70, 80퍼센트가 해소되므로, 왕래를 하면서 서로 윈윈 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그의 말과, 북한에서 89년도 임수경은 청순가련한 비운의 여인, 통일을 위해 온몸을 바친 투사, 좋은 이미지이기 때문에 남북 교류 협력 회사를 차려놓고 임수경 씨가 사장으로 들어가면 일이 잘 될 거라고 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미투가 필요 없는 세상이다 _서지현
2018년 대한민국을 온통 뒤흔든 미투 운동의 발화점이 된 서지현 검사, 그녀는 법무부 장관 표창을 두 차례나 받았고, 대검 우수사례에 다수 선정되었고, 영상 녹화 매뉴얼, 장애인 조사 매뉴얼 작성 등을 통해 '실적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졸지에 '잘 나가는 남자 검사 발목을 잡는 꽃뱀이자 무능하고 성격도 문제가 있는 검사'로 매도 되었다.
미투 운동을 통해 어떤 부분이 변했냐는 질문에 법과 제도는 실질적으로 변한 게 거의 없다고 한다. 가해자들 중에 제대로 처벌받은 사람이 거의 없고 많은 피해자들이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폭력에 대해 계속 침묵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해온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변한 게 큰 변화이자 성과라고 말했다.
작년 한해 검찰이 얼마나 개혁하기를 싫어하는지 너무나 생생하게 목격한 터라 '정의로운 검찰',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검찰', 권력, 재산, 신분 등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을 치켜 수사하고 기소하는 검찰로 언제쯤이면 변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지만 서지현 검사 같은 분들이 계속 나오면 내부도 조금씩은 변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페미니즘이란 말만 나와도 극도로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여혐으로까지 이어지는데, 거기에 대한 대응이 단순하고 감정적인 싸움이 많기도한데, 법원의 판결 차원에서 불평등을 보여주는 부분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일반 폭력과 달리 데이트 폭력에는 벌금이 더 작게 나오는 것, 평생 맞다가 죽지 않으려고 남편을 죽인 여자가 정당방위로 인정받은 적이 대한민국에서는 한 번도 없는데,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애인을 죽인 남자는 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를 받는 것 등을 보며 남녀에게 평등한 법이 집행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하는 생각을 하였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혜택을 달라는 게 아니다.
여성의 목을 짓밟고 있는 발을 치우라고 말하는 것일 뿐!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말)
아는만큼 보인다. 여러가지 담론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타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오는 사회는 아닌 것 같다. 앞으로 타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사회가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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