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무레 요코
레드박스
2014.11.21
주인공 쿄코가 마흔다섯이라는 나이에 안락한 집과 빵빵한 직장을 떠나 다 쓰러져 가는 빌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 책입니다.
"일단 회사 업무라는 롤러코스터에 타고 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달리기 시작해서, 처음에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버티던 것이 어느새 힘이 다 빠진 채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러니깐 힘 빠진 자신의 체중조차 주체할 수 없게 돼 내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쿄코가 직장을 떠난 이유 이유가 저 한 문장에 다 담겨 있습니다.
저 글을 읽으며 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저는 힘이 다 빠진 채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40대 초반까지 정말 안간힘을 다해 열심히 일했던 것 같습니다.
그땐 일은 돈도 주고 성취감도 주고 자아성찰도 준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왜 이 좋은 일을 사람들은 하기 싫어 할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년부터 문득 돌아보니 일만하다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보이지 않는 손에 길들여진채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은 롤러코스트에서 내리지는 못하였지만 세상과 떨어져 허름한 연립 주택에서 쥐 죽은 듯 조용히, 그러면서도 지그시 세상사를 바라보는 쿄코가 부럽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푸념밖에 모르는 엄마의 곁을 떠나고 싶어서 조금은 늦은 나이에 독립을 합니다.
"타인의 사소한 결점을 찾아냄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사람이다. 싫다 싫다 생각하면 할수록 몸이 굳어졌다. 한 귀로 듣고 흘리면 되겠지 싶어 그렇게 하려고 노력도 해 봤지만, 결국 저도 모르게 화가 나 반론을 하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된다. 한 지붕 아래에서 어머니와 단절된 생활을 했던 본가 시절에 비하면 아무리 방 안으로 웃풍이 들어오고 눈이 내리나 한들 마음 편한 이쪽 생활이 훨씬 좋다."
미디어에는 항상 비둘기처럼 다정한 가족이 등장하지만
나이가 들면 내 부모라고 해도 정말 생각이 달라서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부모님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생각도 너무 공감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진짜 즐거움은 다른데 있습니다.
고요한 이미지를 기대하며 시작한 저금 생활자(참고로 연금 생활자가 아닙니다.)
쿄코는 45세까지 모은 저금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여유롭게 살지는 못합니다.
낡은 빌라, 넉넉치 못한 돈 그러나 건강을 위해 유기농 음식을 먹고(건강하지 못하면 노후에 돈이 많이 드니까 ^^) 사치로 맛있는 커피를 마십니다.
상상만으로는 적게 쓰고 여유롭게 사는 것이 멋있어 보였는데
낡은 주택이다 보니
여름에는 곰팡이, 지렁이, 달팽이의 습격
겨울에는 추위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불안함 등이 그녀를 괴롭힙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것들을 극복해가는 그녀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책 읽는 즐거움을 준 책이었습니다.
이런 책 한편 읽었을 때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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