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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대학살이다]밥숟가락 들 힘만있어도~ 에브리맨

by 즐거운샐리 2020. 2. 15.

 

책 제목 : 에브리맨

저자 : 필립 로스

출판사 : 문학 동네(2009.10.15)

 

 

이 책은 어느 노인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노인의 인생 전반에 관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노년이 된 그가 인생 전반을 돌아보며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에 대해 늙어 가는 것에 대해 예리하게 쓴 글이다.

젊은은 가고 늙고 병들어가는 육체와 지난날의 찬란했던 추억 그리고 영원한 죽음을 기다리는 노년의 전투를 그리고 있다. 

영원히 살 것같이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인생의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지금도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 서글픔을 느끼고 있는데, 늙고 병들면 정말 무력하고 슬퍼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에 좀 더 신경써서 조금은 더 편하게 죽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주인공은 세 번 이혼을 하고, 광고회사를 다니면 나름 잘 나갔던 남자다.

재능도 많아서 광고회사를 그만두고는 그림을 그리며 지내고 있는데, 여기저기 수술을 하며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요즘 말하는 유병장수의 삶이라는 게 막상 본인에게 닥치면 정말 힘든 일이겠구나. 나이가 들수록 내가 교만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젊어서는 자식과 아내가 상처 받는 것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았고, 마지막까지 젊은 여자에게 서가 아니면 호기심이 나지 않는 그야말로 밥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그 생각하는 놈이다.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상처 주었던 형, 아내들, 아들들, 딸에게 잘못했다는 깨닫음을 가지지만 결국은 그들과 화해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는 보통의 그냥 찌질한 남자이다.

이렇게 지금 내가 욕하는 찌질한 남자가 나와는 뭐가 그렇게 다를 것인가? 하고 돌려 묻게 된다.

인생을 돌이켜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이 옳은 삶이 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두 번째 이혼을 하고 착한 딸에게 해 준 이 이야기이다. 맞는 말이지만...

10대의 아이에겐 너무 가혹한 말이다.

결국 그는 노년에 그렇게 또 그 착한 딸에게 그 말을 또 하게 되고, 아이에게 불행을 가져다준 자신의 과오를 깨닫는다.

 

제럴드라면 '그냥 온 힘을 다 그러모아 해냈을 거예요. 자기가 가진 모든 걸 다 늘어놓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그 일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나는 못 해요. 나는 통증을 더 견딜 수가 없어요. 그게 모든 걸 뒤엎어버려요. 때로는 한 시간도 더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나 자신에게 그걸 무시해버리라고 말하죠. 상관없다고 말해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요. '말려들지 마. 이건 유령이다. 그냥 성가신 것일 뿐이야. 그 이상이 아니야, 거기에 힘을 부여하지 마. 협조하지 마. 미끼를 물지 마. 대응하지 마. 그냥 밀고 나가. 뚫고 나가. 휘두르지 않으면 거꾸로 휘둘리게 돼.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하루에 수만 번씩 그런 이야기를 반복해요. 마치 내가 제럴드가 되어서 얘기하는 것처럼. 그러다 통증이 갑자기 너무 심해지는 바람에 슈퍼마켓 바닥에라도 드러 누어야만 하고, 그럼 그 모든 말이 의미가 없어지죠.

 

수만 가지의 통증으로 도저히 살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어느 웃음 전도사의 자살이 생각났다.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것도 어쩌면 건강한 자의 교만이다. 극도의 통증에 정신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모든 형태의 위로는 사라졌고, 위안이라는 항목 밑에는 황폐만이 있었으며,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이질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이질감', 이것은 그의 언어에서는 그에게 낯선 어떤 상태를 묘사하던 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교실 학생 밀리센트 크레이머가 자신의 상태를 한탄할 때 그 말을 묘하게 도드라지는 느낌으로 사용하면서 달라졌다. 이제 그 어떤 것도 그의 호기심에 불을 붙이지 못했고 그의 요구에 답을 해주지도 못했다. 그의 그림도, 그의 가족도, 그의 이웃도, 아침에 널을 깐 산책로에서 그의 옆에서 조깅하는 젊은 여자들을 빼면 아무것도, 맙소사, 그는 생각했다. 한때 나였던 남자! 나를 둘러쌌던 생활! 나의 것이었던 힘! 그때는 어디에서도 '이질감'은 느낄 수 없었다! 한때는 나도 완전한 인간이었는데.

 

이 책을 덮고 가장 생각이 나는 단어는 이질감과 대학살이다.

 

이제는 수많은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점점 줄어드는 과정에 있었으며, 종말이 올 때까지 남아 있는 목적 없는 나날이 자신에게 무엇인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목적 없는 낮과 불확실한 밤과 신체적 쇠약을 무력하게 견디는 일과 말기에 이른 슬픔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거야 미리 알 도리가 없는 거지.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대학살이다.

 

생은 한번뿐이기 때문에 우리는 미리 알 도리가 없다. 결국은 후회하고, 눈물을 흘리고, 버티고, 또 버티고 그리고 죽음에 다다른다.

한 번뿐인 인생 오늘 하루하루 즐겁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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