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입문자들에게 참 좋은 책입니다.
서양의 옛 그림 속의 알레그로들을 찾는 재미에 우리나라 그림은 뭐가 저리 단순하고 소박해서 심심할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는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게는 장원급제, 나비는 80세, 고양이는 70세를 나타내며 장수의 의미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한자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고양이는 중국어로 70세를 가리 키는 말과 동음어이고 나비는 중국 말 중 80을 의미하는 단어와 동음이 같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림속의 한시들이 멋진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성경을 알면 서양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했던 아쉬움이 한국화를 보면서는 한자를 더 잘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변했습니다.
우리 그림은 서양화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는것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나 그림의 1배에서 1.5배의 거리에서 감상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병풍의 표구 이야기에는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우리 그림들이 일제시대의 영향으로 일제식 화려한 표구에 갖히는 바람에 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한 호랑이가 우리에 갇힌 느낌이라는 그의 이야기에 그럼 표구를 원래 되로 바꾸면 안 되나 생각했었는데 워낙에 오래된 그림이라 표구를 바꿀 수가 없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았던 김홍도의 씨름도도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 숨십니다.
극사실화로 표현한 송하 맹호도는 털 하나하나를 일일이 붓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
김홍도(金弘道), 강세황(姜世晃) /18세기 후반 /견본 담채 (絹本淡彩)/
90.4 x 43.8 cm /호암미술관
환어 행열도는 정조대왕이 1795년 윤 2월 9일부터 16일까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이 있는 화성에서 혜경궁 홍 씨의 회갑연을 베풀었던 행사를 그린 기록화입니다. 마치 헬기를 타고 보는 듯한 느낌이면서, 익살스러운 인물들의 군상들을 다 표현해 놓았습니다. 피터르 브뤼헐의 교수대 위의 까치 속의 군상들처럼 우리 그림에도 그런 익살스러운 표현들이 있는 거였습니다.
자꾸보고 알아야 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훌륭한 저자는 뭐하나 싶어 찾아보았더니 아쉽게도 49세의 나이에 생을 마쳤네요. 이런 분들이 오래오래 살아야 되는데 안타깝습니다.
저자 소개
오주석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더 코리아헤럴드 문화부 기자, 호암미술관 및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원을 거쳐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간송미술관 연구 위원 및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단원 김홍도와 조선시대의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한 21세기의 미술사학 자라 평가받은 그는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강연을 펼쳤으며, 한국 전통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선 사람이다. 2005년 2월 49세의 나이에 혈액암과 백혈병을 얻어 스스로 곡기를 끊음으로써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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