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저자 : 김연수
마음산책
2004.05.01
소설이나 산문집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정진영의 서재에서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가 생각나네요...
내가 떠나 보낸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것도 아닌데
작가가 35에 청춘을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읽는 내내 아련했네요
왜 이렇게 미래만 생각하면서 살았나...
청춘을 추억하는 글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의 30대는 일만 하다 끝나버렸습니다.
생각해보면 힘든일도 없었는데
20대의 나는 왤케 무기력하고 우울했는지...
빨리 늙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왜 그랬나 생각해본적도 없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모든 것이 불분명하고 불안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인생은 한없이 불투명하지만
작가처럼 과거를 적다보면
현재가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현존재라는 거
그거 알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산문집을 읽고 이렇게 여운이 남을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왜 시인이 대단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매미소리 쏴
아이는 구급차를
못 쫓아왔네
여류시인 이시바시 히데노는 폐병을 앓다가 서른여덟의 나이에 죽었다고 합니다.
여섯 살 딸아이를 남기고...
혼자서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그다지 아쉬울 건 없겠지만
남겨진 사람이 있습니다.
매미소리 쏴~
하이쿠에 등장하는 매미소리를 올더리 헉슬리는
"바위 사이의 공간을 메우고 있는 정적만큼 절대적인 정적,
'음악적인 공동의 허무'라고 할 수 있는 정적을 표현하고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삶의 여백이자 죽음의 적막..
귀를 때리는 한여름 매미소리를 역설적으로 사용...
매미소리가 천지를 울리다가 문득 멈춘 상태.
그 찰나적인 상태가 바로 견딜 수 없는 삶의 여백..
...
아이는 구급차를
못 쫓아왔네
...
아무리 용을 써도 다가가지 못하고
이제는 다가갈 수도 없는 아이가 너무 처량하고
아이가 느낄 공포를 어쩜 저렇게 짧은 글로 표현할 수가 있는지
너무 아름다운 시입니다.
하이쿠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지 못해서 몰랐던 게 아니라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모르는 척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일
내가 늙는 일
돈을 떼이는 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일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
그런 것들 어릴 때는 막연히 내 일 아니라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처음 겪는 일들을 배워나가고 견뎌내고 그러면서 나이가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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