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스무살
저자 : 희정, 수정, 소마, 서래, 향아, 미영
이프
2007.05.02
부재 : 여자 나이 마흔 그 주홍빛 서글픔과 쪽빛 희망의 이야기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이게 남녀가 읽고 싸우는 페미니즘 책이야?
이렇게 가볍고 산뜻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읽었던 페미니즘 책을 꺼내 보았습니다.
10년이 지나니 우리 사회도 많이 변했나 봅니다. 참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느리지만 변화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이전에 용기내고 고생해준 출판사나 작가님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 두 번째 스무 살인가
“우리는 둘러 앉아 이야기하다가 여자에게 40세라는 의미가 너무도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남자에게 40세는 승승장구의 시간이지만 여자에게는 모든 것이 끝나가는 나이처럼 여겨집니다. 자식들은 다 컸고 사회에서는 아무런 대접도 해주지 않으며 남편뿐만 아니라 더 이상 이성에게 섹시한 매력을 줄 수 없다는 갱년기의 공포까지 겹쳐 많은 여성들이 나이 마흔에 혹독한 인생의 고비를 경험합니다.
우리는 여자나이 마흔을 새롭게 탄생하는 부활의 나이로 해석하고 싶어 졌습니다. 여자에게 주어졌던 모든 의무사항을 다 치르고 비로소 스스로 제2의 인생을 사는 나이,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우리는 기획회의를 하며 여성 경험 총서 시리즈가 여성들을 위한 세컨드 라이프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프롤로그: <이름 붙일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는 당신에게>중에서-출판위원장 유 숙렬
이 책 정말 너무 합니다.
지지리 궁상인 여자들의 이야기만 묶어 놓았습니다.
너무 너무 화가 나는 이야기들 투성이인 각자 내면의 감추고 싶은 비밀의 방 이야기입니다.
저는 인간극장도 잘 안 봅니다. 너무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 아푸고 화가 나서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짜증 나서 읽다 말았을 텐데 이상하게 차분히 읽었습니다.
아마도 저자들의 진상이나 징징거림이 나와 닮은 구석이 있었을 겁니다.
그녀들이 실패를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하고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거나 들여다 보고, 삶의 파편속에 주눅 든 자신을 끌어내는 작업을 통해 산뜻하게 시작하는 두 번째 20대의 모습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끝까지 읽었던 것 같습니다.
30대에 이 책을 읽었을때 20대일 때 내 나이 30을 생각하면 정말 무언가 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아닌 30을 맞이하고 이제는 40이 돼도 아무것도 아닌 나일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40이 된 언니들의 경험이 궁금해졌었습니다.
그 언니들은 40이 되어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평생 나를 먹여 살릴 사람을 찾기보다는 스스로의 일을 확보해두라고 합니다.
삶의 도피책으로 연애나 결혼은 아니라고 합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고 내 인생을 살 것이며, 솔직하게 표현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당당하게 살아라고도 합니다.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사는 우리네 엄마들의 불행한 삶이 아니라,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사는 멋진 내가 되어 두 번째 20대를 맞이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를 내가 먹여 살리기 위해 일도 열심히 하고, 당당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는 엄마처럼 그녀들처럼 안 살 꺼라며 자신 있게 결혼을 했습니다.
그때 누군가의 며느리로 아내가 된 나의 자리가 너무 낯설고 부당해서 억울한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엄마는 며느리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는 없고 의무만 산더미처럼 있는 걸까?
한 사회의 부당한 체제는 공개적으로 탄핵을 받는데 비해 결혼생활에서 한 여성이 겪는 부당한 체험은 왜 되도록 감춰지는 것일까?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무조건 아름다운 미덕으로 보면서 한 개인으로써의 결혼 여성의 행복은 없는 걸까?
아 나만 변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구나
그녀들이 약해서 그랬던 게 아니구나
더 공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위로가 필요했던 그때 이프의 책들이 참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제발 그 출판사가 잘 되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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