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우정과 경쟁 마티스와 피카소
저자 : 잭플램
예경
2005.10.10
고갱과 고흐, 마네와 모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이렇게 비교 분석 한 책을 좋아합니다.
이 책도 우연히 발견한 책입니다.
누군가가 마티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의 그림을 보고 화가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작품을 보고 교감을 느꼈다는 것이 참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빌렸습니다.
이 책은 화풍의 발달 시기가 아니라, 삶의 세 가지 국면에 대한 두 화가의 반응에 따라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최대한 활용하는 일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이런 자아 탐구는 자신이 진정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최우선적으로 포함하기 마련입니다.
두 번째는 주변 사람들(가족, 성적 파트너들, 평생 동안 진정으로 사랑한 소수의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결부되는 방식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가장 먼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자기도취를 극복하고 다른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기력이 쇠퇴해가면서 계속 세상에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또 죽음에는 어떤 용기로 죽음을 직시할 것인지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특히 죽음에 대면했을 때의 그들의 작업방식을 아래와 같은 시구를 통해서 비유해 놓은 것이 참 좋았습니다.
마티스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표현했습니다.
늙은 남자는 그저 하찮다.
막대기에 걸쳐 놓은 누더기 외투마냥, 만약
영혼이 손뼉 치며 노래하고, 더 크게 노래하지 않는다면
그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옷을 입은 모든 넝마들을 위해.
- 예이츠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그리고 피카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편안한 밤 속으로 부드럽게 빠져들지 말라.
노년은 석양에 뜨거워지고 열광해야 한다.
빛의 사멸에 대해 격분하라, 격분하라.
- 딜런 토마스
마티스는 그의 예술에서 육체적 쇠락을 무시하고
"일단 자연을 벗어나면 나는 다시는/나의 육체의 모습을 자연의 사물로부터 취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노래하는,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 나오는 시인처럼 위를 응시한 채 죽음의 궁극성을 부정했습니다.
육체가 점점 더 쇠약해질수록 그는 예술 속에서 담아낼 수 있는 신화적 젊음을 창안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반면 피카소는 육체적 타락과 쇠퇴에 점점 더 몰두했다고 합니다.
그의 그림은 점차 과거에 대한 향수로 가득 찼고,
때로는 심지어 과거 그의 삶에서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띠었던 육욕에 대한 혐오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한결같은 태도로 노년을 황폐함에 굴하지 않고 그는 죽음을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가두어 놓지 않으면 안 될 적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만약 마티스의 승리가 사실상 용감하고 무시함으로써 죽음을 초월하는 것이었다면,
피카소의 승리는 죽음과 쇠락을 똑바로 바라보며 꿈쩍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피카소의 말년 작품들은 좌절된 성욕, 육체적 쇠락,
심지어는 그림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육체적인 기능에 대한 묘사를 다룬 이야기들(소변보는 사람, 서로 포옹하고 애무하려고 애쓰며 헐떡이는 주름살투성이의 시골 영감과 노파)로 가득합니다.
이전까지 어떤 예술가도 그처럼 오래 끌며 전해오는 죽음과 노화를 증언할 만큼 충분히 긴 수명을 부여받은 적이 거의 없었으며, 이를 기록하도록 선택된 사람 중 누구도 피카소만큼 격렬하고 직접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티스와 피카소의 차이라고 하면 명성에 대한 그들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피카소는 예술가들 사이에 명성의 기준을 정했을 뿐만 아니라 앤디 워홀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 어느 현대 예술가도 그렇게 명성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말년에 피카소는 데이비드 더글러스 던컨 같은 잡지 사진가들의 광대 노릇을 하거나 전 세계에 걸쳐 수백만의 출판물에 자신의 사진을 싣는 등 줄기차게 명성을 좇았다고 합니다.
그의 삶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공개되었습니다.
이는 마티스의 신중하고 예의 바른 태도와는 큰 대조를 이룹니다.
서로 경쟁하고, 지지하고 서로의 작품을 통해 발전해가는 그들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단명하거나 나이 들어서 별다른 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다른 이들에 비해 끝까지 죽음과 노화를 인지하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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